전에 살던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새로 지은 집으로 옮겼어요. 반지하이지만 낮은 계단을 두 개만 내려가는 햇볕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습니다. 1층에 두 세대가 살았는데 그 중 하나가 제 화실이었습니다. 짐 정리를 하고 있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한 주인이 오더니 못을 박지 말라더군요. 새집이니 이해했습니다.
그러더니 세를 안 줄걸 그랬다며 옆집에 여자들만 사는데 우리 때문에 불안하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 불안하다고 그러냐며 주인과 언성을 높였어요. 주인이 올라가고 나서도 씩씩거렸습니다.
한편으론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엄마, 이렇게 모녀만 사는데 바로 옆에 남자 4명이 우글거리니 무섭다는 것도 이해가 되더군요. 그래서 화실 사람들에게 밖에서 담배를 피더라도 예쁘(?)게 피우라고 했어요. 바닥 물청소도 우리가 했습니다. 가끔 아주머니와 마주치면 인사를 했는데 어색한지 그냥 들어가 버리더군요. 이럴 때 화실에 여자가 있었다면 조금 부드럽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사를 오면 떡을 돌리잖아요. 그래서 요리로 인사를 하기로 했어요. 기름을 쏙 빼서 몸에도 좋고 맛도 그만인 닭튀김으로 정하고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 딸이 과외를 하는데 마침 그 과외선생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래도 여자아이가 혼자 있을 때는 문을 열기가 그렇잖아요. 요리한 닭을 들고 문을 두드렸어요.
"이것 좀 드셔 보시라고…."
여자아이는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접시를 받았어요.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화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과외선생과 나눠 먹는 것 같더니 곧이어 맛있다는 감탄사가 들리더군요.
저녁에 벨이 울렸습니다. 미소를 가득 머금은 옆집 아주머니가 돌려준 접시에는 잘익은 고구마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엔 아시겠죠? 물론 남자들 뿐이라 여자가 있는 집처럼 수다떨고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서로 경계는 하지 않을 정도는 됐으니 충분한 거죠.
▲ 닭과 재료들 |
ⓒ2005 위창남 |
옆집과 한 번에 친해지게 만들었던 그 요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재료는 닭 한 마리, 생강 작은 것 1쪽, 마늘 다진 것, 사과, 깻잎, 빵가루, 튀김가루, 밀가루, 후추, 소금, 식용유입니다. 닭은 구입할 때 조각을 내어 달라고 하면 편합니다.
원래는 튀기는 것이었는데 튀김을 하려면 식용유 한병을 다 써야 합니다. 문제는 튀기고 남은 기름이에요. 보관하는 법은 있지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닭을 먼저 삶아 익힌 뒤 다시 기름에 구워내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 사과와 깻잎을 갈아서 넣은 걸쭉한 양념 |
ⓒ2005 위창남 |
냄비에 물을 붓고 닭과 생강을 넣고 삶습니다. 생강은 닭 냄새를 없애는 역할을 하죠. 다음 깻잎과 사과를 역시 물을 조금 붓고 믹서에 갈아준 뒤 튀김가루와 밀가루, 마늘 다진 것, 소금, 후추를 넣고 걸쭉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삶아진 닭을 넣으면 사과와 깻잎향이 기분 좋게 풍깁니다. 깻잎 대신 브로콜리를 넣어도 좋아요.
▲ 닭이 빵가루 옷을 입었다 |
ⓒ2005 위창남 |
양념을 묻힌 닭을 꺼내 빵가루를 입히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다 구워 내면 바삭바삭하고 담백한 닭요리가 완성이 됩니다.
▲ 완성된 닭요리 |
ⓒ2005 위창남 |
접시에 키친타월을 몇 장 깔고 구워 낸 닭을 올리고 마요네즈나 간장으로 소스를 만들어 살짝 찍어먹어도 좋습니다. 간장 소스는 진간장 2큰술에 마늘 다진 것과 식초, 고추가루, 설탕을 조금씩 넣고 저어주면 되고, 마요네즈 소스는 마요네즈 1큰술에 양파 다진 것과 마늘, 파 다진 것을 넣고 역시 저어주면 됩니다.
텔레비전에 소개하는 요리를 보면 비법 몇 가지가 들어갔네 하는 것들이 있어요. 음식 궁합을 생각해서 하나씩 추가하면 바로 자신만의 비법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자, 맛난 음식으로 옆집과 친해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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